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회상담 보고싶은 스승님! 할아버지! 종법사님! 함께했기에 더욱 그리워집니다.

영겁법자가 되도록 이끌어 줘
이병윤 교도/화천교당

나와 같은 범부중생을 일원대도 영겁법자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대산종사. 대산종사를 처음 뵌 것은 원기46년 가을 대구교당에서였다. 대산종사는 환영 나온 여러 교도들과 일일이 악수하시고 제일 나중에 나하고 악수하시면서 “우리는 기운이 통하니까 나중에 해도 되지”라고 하셨다. 그 말씀에 과거생부터 같은 회상에서 불법 공부하던 스승을 금생에 만났다고 믿어지며 친근하게 여겨졌다. 그 후 불교 서적에 열중하던 중 속히 도통하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 한 생각에 몰두했다. ‘도방하(都放下)만 하면 도통할 것이다. 그러자면 백척간두에 진일보해야 한다. 백척간두가 언제 어떤 입장인가’하는 의문이 들었다.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이 나오지 않아서 원기48년도 어느 날 총부에 계시는 대산종사를 찾아뵀다. 그 당시 대산종사는 중앙총부 송대에 계셨는데 인사를 하니 자비의 성안으로 반갑게 악수하고서 친가족을 만난 듯 당신의 침실까지 보여주셨다. 침실은 아주 정결해서 향기가 풍기는 듯했다. 내가 대산종사에게 “도방하를 어떻게 하나요?”하고 물었더니 대산종사는 “공심, 대공익심이다”고 하시는데 가슴이 철렁했다. 자신을 돌이켜보니 번뇌와 이기주의가 90%이상으로 차있었다. ‘도방하’를 물을 주제도 못됨을 느끼고 양심에 부끄러워 더 이상 말이 안 나와서 인사만 하고 돌아나왔다. 백척간두 진일보에 대한 질문은 입밖에 내지도 못했다.

몇 년 후에 또 다음과 같은 의심에 걸려 몇 달간 생각해도 해답이 안 나와서 다시 기독교로 가야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. 그 의심의 내용은 기독교에서는 조물주 하나님만 내세우며 우주의 창조도 생사, 화복도 다 그분이 해결해 주고, 불교에서는 모두가 인과 법칙으로 되어 있으니 이 우주가 창조된 최초의 인(因)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. 그래서 대산종사를 찾아뵌 자리에서 이 질문을 드렸더니 대산종사는 “청정일념에서 한 생각 일어나는 것이 우주 최초의 인이다”고 말씀해 주셨다. 나는 대산종사의 말씀을 들으면서 새 천지가 열리는 듯 기뻤다. 해석하자면 한이 없지만 참나는 원래 대소유무를 초월한 영성이지만 한 생각 일어나므로 인해서 나도 있고 우주도 있으니 나는 소우주요, 내 조물주는 나라는 각성과 동시에 일원대도 불법에 영겁법자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.

또 어느 해 봄, 내 연원으로 입교한 친구가 발심이 나서 군수직을 곧 퇴임하면 교중에 큰 일 하나 하고 싶은데 총부에 가면 종법사께 여쭈어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산종사를 찾아뵀더니 대산종사께서 “큰일이 뭐냐? 한 마음 돌리는 일이 큰일이다”고 답해주셨다. 나는 내 한 마음 돌리는데 따라 천국도 지옥도 전개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.

어느 해 여름휴가 중 신도안에 계시는 대산종사를 찾아뵀다. 대산종사는 손을 잡고 계룡산 쪽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주 초라한 묘소 앞에 머무시더니 합장하시고 정중하게 심고를 하시고는 “원불교 초창기에 협력을 많이 한 분이다”고 하셨다. 나는 “기독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천국 아니면 지옥 가고, 불교에서는 다른 곳으로 환생해 가는데 왜 산소에 절을 하시나요?”라고 물었다. 그러자 대산종사는 “생사가 둘이 아니다”고 답해주셨는데 순간 나는 십년 묵은 체기가 내려가는 듯 가슴이 시원했다.

나는 경계 따라 심신이 피곤하면 대산종사를 뵙고 오는 것이 나의 유일한 낙이었다. 대산종사는 많은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. 하지만 내가 질의하는 말에만 응해주시는데 내 수준에 알맞은 평범하고 쉬운 말씀이지만 큰 감화를 받았다.

이제 육안으로는 상봉할 수 없지만 대산종사의 법신은 내 추억 속에 영생하고 계신다고 믿고 살아가고 있다.